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S4-H 파견 프로그램에 인솔 교사로 참여한 이충고등학교 교사 송종민입니다. 전국에서 모인 10명의 학생들과 함께 미국 아이다호주로 약 4주간의 파견 생활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름 미국에서 보낸 한 달은 학생들과 제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기에, 그 추억의 일부를 짧게나마 여러분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아이다호는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주로, 주요 도시로는 Boise, Idaho Falls, Pocatello 등이 있습니다. 면적은 대한민국의 약 3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약 180만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다양하여 보석 같은 주라는 뜻인 ‘Gem State’로 불립니다. 아이다호로 파견이 결정되고 난 후 설레는 마음에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감자의 생산량이 많아 ‘감자주’라고 불린다는 것 이외에는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다호주는 농장과 방목지들이 주의 5분의 1 이상을 덮고 있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감자 농장에서 지내다 오게 되는 것일까?’라는 걱정 반,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 반으로 아이다호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파견 가정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느낀 강렬한 첫인상 두 가지는 ‘정말 뜨겁다’, 그리고 ‘정말 넓다’였습니다. 대부분 학생의 파견 가정이 위치했던 남부 아이다호의 경우 일 년 내내 비가 적고 매우 건조하여 사막 기후로 분류됩니다. 한국의 여름처럼 습한 무더위는 아니었지만, 한낮에는 35도에서 40도까지 올라가는 뜨거운 날씨는 숨이 턱 막힐 정도였습니다. 다행인 점은 습도가 낮아 직사광선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일교차가 커 아침과 저녁에는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선선한 편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고속도로 주위로 펼쳐진 지평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버스 창문 밖을 내다보면 끝없이 이어진 농작지와 넓은 평원 위에서 풀을 뜯는 소들이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탁 트인 풍경을 보니 속이 뻥 뚫리는 듯했습니다. 아이다호 북부의 가정에 파견된 한 학생은 공항에서 8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하고 나서야 초청 가정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하니, 새삼 미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해 초청 가정으로 도착하기까지 이동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장거리 비행을 하고, 공항에서 5시간 정도를 대기한 뒤 또다시 미국 국내선을 환승하고, 공항에서 초청 가정이 있는 도시까지 버스로 6시간 정도 이동을 했으니 꼬박 36시간 정도를 길 위에서 보낸 셈입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리저리 실려 다니다 보니, ‘괜히 미국에 온다고 해서 사서 고생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완연했습니다. 하지만 초청 가족에 도착해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풍경, 새로운 음식, 새로운 문화,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4주 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S4-H협력 청소년 미국 파견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아보자면,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아이다호 사람들의 친절함입니다. 모든 홈스테이 가정이 저와 학생들의 뜻깊은 경험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습니다. 안부를 묻기 위해 매주 학생들에게 전화를 할 때마다, 캠핑 가기·호수에서 수영하기·수상스키 타기 등 색다르고 재미있는 활동을 초청 가정에서 준비해 줘서 너무 재미있게 즐기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집의 호스트 부부도 맞벌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고, 저에게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겠다며 장시간의 운전을 마다하지 않고 이곳저곳에 데려다주었습니다. 평일에 퇴근하고 녹초가 된 몸으로 무언가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호스트 가족의 노력이 얼마나 더 대단한 것인지를 느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곳이 네 집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지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꺼내가고 사용해도 돼’라고 말해준 초청 가정의 가족들 덕분에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파견 기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 이외에도 미국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해 주고 따뜻하게 환대해 준 것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둘째, 아이다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입니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사는 회색 빛의 도시에서 지내다가, 드넓은 자연이 펼쳐진 아이다호에 오니 정말 다른 세상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걸어서 5분 거리에 하천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탁 트인 풍경과 구름이 예쁜 하늘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기에도 좋았습니다. 한국도 지역에 따라 공원이나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은 국토가 워낙 넓다 보니 한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의 크기가 몇 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밤에는 정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대기 오염과 빛 공해로 인해 별을 보는 것이 정말 어려웠는데, 산속 오두막 앞에서 위로 시선을 옮기자 하늘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진으로만 보던 은하수를 육안으로 보았습니다. 온 우주가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그 신비로운 경이로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었습니다. 공원 전체가 거대한 화산 위에 위치해 있는데, 지질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간헐천과 거대한 폭포, 형형색색의 호수 등 영감을 주는 자연경관과 함께 다양하고 신비롭게 변화하는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4-H활동에 친화적인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제가 머물렀던 마을의 대부분 가정은 넓은 뒷마당에 오이와 대황, 고추와 호박을 직접 심어 기르고 개와 닭 등 동물을 기르는 집도 많았습니다. 또한 취미로 작은 공예품을 만들기도 하고, 큰 통나무를 동물의 모습으로 조각해 앞마당을 꾸며놓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며 지·덕·노·체의 가치를 체득해갈 수 있는 환경이 너무나 좋아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4-H의 존재를 알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4-H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이 매일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4-H활동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지역의 4-H 경진대회였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것은 Bannock County의 4-H경진대회였는데, 아이다호 주 내의 군 단위 경진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각 가정에서 기른 소와 양, 돼지와 말들이 지낼 수 있는 축사 공간이 상시 마련되어 있고, 말 타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축제의 중심이 되는 대형 무대, 자신이 만든 공예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터, 그리고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부스 공간도 잘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작은 꼬마들이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동물들을 능숙하게 다루기도 하고, 남녀노소 축제 공간에 모여 웃고 마시고 떠들며 즐기는 활기찬 분위기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군 축제에서 입상한 경우 아이다호 주 축제에 갈 수 있는데 그 축제는 훨씬 더 규모가 크다고 하니 4-H활동이 아이다호 사회에서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습니다.
4주 간의 미국 생활을 끝마치고 다시 만난 10명의 학생들은 아이다호의 뜨거운 태양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첫날에는 한눈에 봐도 걱정이 산더미인 울상이었는데, 홈스테이 생활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인생에서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인솔 지도자로서 학생들을 무사히 부모님께 다시 데려가야 하는 책무가 있기에 방긋 웃어주기만 했지만, 속으로는 저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아이다호 주에서 보낸 4주는 짧지만 그곳에서 얻은 배움과 경험, 추억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아마도 지금도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그 시간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이번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제가 교육자로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번 파견을 통해 얻은 배움을 잊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행복을 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실제 미국인의 일상을 체험하며 그들의 문화를 깊게 이해하게 해주는 이 프로그램을 모든 학생 및 4-H지도교사 여러분께 강력히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