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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 오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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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년 알래스카 파견
이 프로그램을 알기 전부터 나는 한 번쯤 미국을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 홍보물을 보자마자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가기로 확정한 나는 사실 가기 전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특히 영어는 ‘미국 가서 배워야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본다면 그 선택을 가장 후회한다.
미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첫 번째로 호스트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해 주를 옮겼던 것이다. 심지어 텍사스 근처 주가 아닌 가장 멀리 떨어진 주 알래스카로 옮겨졌다. 미국의 끝과 끝으로 간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텍사스로 배정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옷을 여름을 위해 가져갔는데, 갑자기 추운 곳으로 간다니 당황스러웠다. 주를 옮기는 과정에서 다양한 곳을 경험했다. 텍사스 A&M 대학교를 견학하기도 했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집을 알아갔던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이때 살면서 처음으로 비행기 경유를 해보았다. 혹여나 비행기를 놓칠까 봐 계속 시간을 확인하고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알래스카에 도착하자마자 스테이트 코디네이터가 나를 반겨주었다. 처음 도착한 알래스카는 당연히 텍사스와 다르게 추웠다. 심지어 온도가 거의 영하로 내려가고 있어서 입김도 나왔다. 스테이트 코디네이터의 딸이 내가 떨고 있을 때 춥냐고 물었다. 나는 춥다고 했고, 아이는 이게 왜 춥냐며 춥지 않다고 했다. 그때 나는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아이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것은 알래스카에서 축구를 한 것이다. 미국은 방과 후 스포츠를 하면 대학 진학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한국과 다르게 고등학교 스포츠에 매우 진심이다. 선수들의 부모님은 추운 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도 우리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홈·원정 경기를 가리지 않고 와주셨다. 왜 학생들이 학교에 자부심을 가지는지 알 것 같았다. 또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각 축구팀에는 후원사가 있어서, 원정 경기를 위해 버스를 타고 6시간 떨어진 곳인 페어뱅크스에서 호텔에 묵을 때도 돈을 아예 내지 않았다. 설산이 배경인 곳에서 축구 연습과 경기를 한 것은 엄청났다.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어서 눈이 행복했다. 축구를 하면서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축구를 하다 보면 같이 땀을 흘리고 소통해야 하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져 친구를 사귀기에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 미국에 가는 모든 학생에게 스포츠는 추천하고 싶다. 또 축구를 하며 사귄 친구와 자주 놀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기회도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렸지만 운전을 훨씬 잘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친구가 나에게 라이드를 많이 해줘서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세 번째는 스키장을 간 것이다. 텍사스에서 알래스카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고 싶은 것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스키 타기였다. 알래스카가 눈으로 유명한 만큼 너무 타고 싶었다. 하지만 내 호스트 가족은 스키를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어서 내 꿈이 좌절될 뻔했다. 다행히 일본인 교환학생의 호스트 가족이 나를 초대해 주어 내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분들은 스키장 근처에 걸어서 7분 정도 떨어진 곳에 별장이 있었다. 덕분에 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스키장 개장 시간에 맞춰 아침 스키를 타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 스키를 타고, 저녁에도 다시 스키를 타러 나갔다. 이때 5년 치 스키를 다 탄 것 같았다. 처음 스키장 정상에 올라갔을 때 감탄만 나왔다. 바로 옆에는 눈으로 뒤덮인 산 꼭대기가 있었고, 저 멀리에는 바다가 보였다. 스키장은 모두 자연설이었고, 내가 살면서 가본 곳 중 가장 넓고 좋은 스키장이었다. 스키장이 아니라 그냥 산에서 스키를 타는 것 같았다. 모든 곳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탓인지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이 아팠다. 일본인 호스트 가족의 아저씨는 모건스탠리에서 일하셨는데, 아저씨와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교환학생의 10달이 끝나가면서 많은 감정을 느꼈다. 그동안 정들었던 알래스카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고 슬펐지만, 반대로 집에 돌아간다는 기쁨도 공존했다. 교환학생으로 살면서 힘들었던 점도 당연히 있었다. 예를 들자면 학교 공부, 호스트 가족과의 갈등, 집안일 등 한국에서는 엄마에게 많이 의지했던 일들을 혼자 책임지고 해야 했던 적이 처음이었기에 어설프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성장해가는 나를 보며 뿌듯했다. 10개월 동안 나를 돌아보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살던 한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상기시켜주었고, 부모님께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미국에서 돌아온 지 2주가 되었다.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치 미국에 갔다 온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일상이 평온하다. 한편으로는 무섭고 신기하다. 영어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운 10개월은 내 미래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