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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아

파견연도
2023
구분
청소년
교내 미술 전시회에서 제출한 작품과 함께 있는 구도아 회원.
참가자 : 구도아
2023~2024년 노스캐롤라이나주 파견
내 교환학생 생활은 참 재밌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들의 연속이고 정말 많은 드라마가 있었다.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에 도착한 날, 호스트 가정이 사정상 나를 지금 호스트 해줄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임시 호스트 가정과 2주간 지내게 되었고 9월 초 개학인 미국 학교들과 달리 우리 학교는 8월 중순이 개학이라 장기 호스트 가정은 만나보지도 못한 채로 준비 하나 없이 덜컥 학교로 들어갔다. 그 가운데 많은 좌절과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국 생활 전반에는 수많은 즐거움과 새로움, 소중한 시간들도 흐르고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읽을 여러분들이 미국에서의 1년을 한국에서 키워왔을 수많은 꿈과 희망들을 실현하고 직접 체험하며 귀중한 시간과 인연들로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허나 그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우선 미국이라는 낯선 사회를, 낯선 공동체를, 낯선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여러분들이 처음 적응할 때 참고할 만한 사항들을 개략적으로 서술해봤다.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내가 경험한 미국 생활
<가정>
화장실 사용 : 미국 화장실은 한국과 다르게 ‘건식’이다. 화장실 안에 욕조가 있고 커튼으로 가려 물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사용하는 방식이다. 샤워를 할 때 물이 바닥에 묻지 않게 깔끔하게 사용하는 것을 알아두면 좋겠다.
건조기 사용 : 미국은 빨래를 건조대에 널지 않고 건조기를 사용해 말리는 문화다. 한국에 있었을 땐 이조차 몰라 미국 가면 가정 내에서 내 빨래를 어떻게, 어디다 널지 조금 걱정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개인적으로 건조기를 사용해서 말리고 방 안으로 가져가면 된다.
적극적인 의사소통 : 호스트 가정과의 관계는 미국 교환학생 생활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할애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그리고 호스트 가정과의 관계 유지에서 적극적 의사소통은 정말 중요하다. 호스트 가정과의 화목한 생활엔 당연히 운도 따른다. 그들과 내가 얼마나 편하고 잘 맞는지, 그들의 생활방식이나 습관이 나와 얼마나 비슷한지.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와는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간다. 이때 비단 집안일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방식이나 룰에 대해서도 이해나 납득이 안 가는 지점이 있으면 물어보고 서로 간의 간극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
<학교>
학년 선택 : 보통 한국의 고 1은 미국에 가면 10/11학년으로 들어가고 고 2는 11/12학년으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여러분들이 처음 입학했을 때 학년을 선택하게 해줄 것이고 나는 여러분들이 이때 높은 학년(11학년 혹은 12학년)을 선택하기를 적극 권장한다. 미국에선 이동을 위해선 ‘차’가 필수적인데, 미국 청소년들은 11학년부터 12학년 때 보통 풀 라이센스 운전 면허를 얻는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친구들과 행아웃(같이 노는 문화)을 하고 싶을 때, 차가 있는 고학년 친구들이 여러분들을 픽업해준다던지 등의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 학교생활의 가장 큰 연례 행사인 프롬(학기 말 드레스를 입고 즐기는 무도회)은 대부분 11학년과 12학년만 참가할 수 있도록 참가 학년제한이 있다. 따라서, 프롬을 경험하고 싶다면 더더욱이나 높은 학년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11학년을 선택했는데 수업들도 전체적으로 들을 만하고 같은 학년 친구들과도 정서적으로 수준이 맞아서 좋았다. 12학년 선택 시 장점은 미국에서 졸업식을 치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학교의 경우) 시니어들을 위한 여러 이벤트/ 저녁 식사 등이 있어서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그런 빡빡한 스케줄이나 강도 높은 학업이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과목 선택 : 쉬운 과목들만 선택할 필요는 없지만, 쉬운 과목들 위주로 선택하면 인생이 편해질 것이다. 비미국인인 교환학생 입장에서 가장 발목을 잡았던 두 과목은 아무래도 배경지식이 없는 ‘미국 역사’와 ‘영미문학’이었다. 두 과목은 정말 유익하고 추천하지만, 한 학기에 동시에 듣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저학년들이 듣는 쉬운 수업들만 선택하면 또래 친구 사귀기에 어려우니 여러분이 선택한 학년 친구들이 듣는 수업들을 위주로 듣고, 학업적으로 도전 정신이 투철한 학생이라면 AP 수업(에세이 등을 제출하는 상급 수업)을 하나 정도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난 안 들었다.
동아리 및 방과후 스포츠 가입 : 다양한 경험을 하고 친구를 사귀기에 동아리 및 스포츠 활동만 한 게 없다. 본인은 운동을 안 좋아해 스포츠 활동을 하지 않았고 동아리도 1개만 가입했는데 이게 미국에 있는 동안 다양한 경험들을 하지 못 해 후회가 된 점이다. 동아리·스포츠 활동을 단순히 ‘경험’뿐만이 아니라 ‘시간 때우기’에도 아주 좋다. 처음 학교생활 한 달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 눈 앞이 깜깜하고 정신없어 동아리까지 가입할 시간이 없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1~2달만 지나면 학교 생활은 어느정도 적응이 되고 학교 끝나고 하는 거라곤 집에 와, 할 일 없이 무의미하게 오후를 낭비하는 것뿐인 나날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 때 방과후 활동이 여러분들의 비어 있는 소중한 오후를 알차게 채워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의 꿈을 위한 파견 활동
미국 교환학생 생활 한 편에 현실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꿈이 있다. 난 미국에 와서 내가 이루고 싶은 많은 꿈들을 이뤘다. 내가 미국에 오기를 꿈꾼 제1의 이유는 ‘영어 실력 향상’이었는데 2학기 창의적 글쓰기 수업을 통해 그 꿈을 마구마구 펼쳤다. 글쓰기 수업에선 매주 단편 하나를 읽고 대화를 나누는 독서토론 시간이 있었다. 첫 독서토론에선 다른 학생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따라잡기 바빠 손 한 번 들지 못하고, 말 한 번 내뱉지 못한 채 내 생각을 안에서 삭일 수밖에 없었다. 산더미 같은 감상과 상념들은 내 머릿속에 있는데, 왜 도대체 왜 말을 못 하냐고…. 지레 겁먹어 도무지 말이 안 나왔다. 그러나 그다음 독서토론 땐 용기 내어 한 마디, 또 그다음 독서토론 땐 두 마디, 세마디 점차 마딧수를 늘려나가며 눈치 보지 않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영어는 기세고 자신감이다. 겁먹을 것 없다. 말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내뱉고 봐라. 후에는 학급 내 학생들이 직접 시를 쓰고 서로를 평가하는 ‘시 창작 및 낭송 대회’가 있었는데, 이 때 내가 쓴 시가 압도적인 점수로 1등을 차지해 트로피를 받고 후에는 최종 선발돼 학교 문학 잡지로도 간행되었다. 이 때의 감격과 감동, 자부심과 뿌듯함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미국에 온 목적, 그려왔던 꿈 모두 다 보상받고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구도아 학생이 교내 미국 ‘시 창작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고 받은 트로피.
미국을 꿈꾼 두 번째 이유라면 ‘더 많은 세상, 더 많은 경험’이 있었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활동적인 호스트 가정과 함께 지내며, 그들과 함께 여러 봉사활동과 여행을 다녔고 이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한 봉사활동으로는 걸스카우트 활동, 대학교 야구장 내 매점 봉사(손님들 주문 받고 음식 서빙), 한인교회 내 한글수업 보조교사(한글이 서툰 재미교포들에게 한글 교육) 등이 있었고 이 모든 활동들은 보람차기도 보람찼지만 내가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고 교류하며 세상을 배워나가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다른 주로 여행도 많이 갔는데, 한 번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로 여행을 가 여러 기념물 및 미술관 투어를 하기도 했고 한 번은 플로리다주로 여행을 가 시원한 바다와 동식물들을 맘껏 즐기고 디즈니 월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놀이공원에서 하루종일 근심걱정 없이 어린아이처럼 뛰어놀았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식견도 넓혀나갔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를 구분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내가 두려워하거나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예: 롤러코스터)을 사실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분들이 미국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경험하게 될 진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여러분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훗날 멋진 추억이 되어 돌아오리라고 의심치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기회를 반드시 낚아채길 바란다.
물론 교환학생 생활은 당연히 쉽지 않고 때론 잔인하고 압도적이기도 하다. 나 또한 초반엔 감당못할 속도의 미국 10대들의 영어, 좀처럼 늘지 않는 영어실력, 나와는 정반대 성향의 호스트 가족과의 생활, 한국에 대한 향수병 등으로 정말 많은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겪고 낙담했었다. 그러나 여러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조차도 교환학생 생활이자 삶의 일부라고.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당연한 이치다. 부정적인 감정들과 매몰찬 현실의 경험들, 갈등을 빚는 순간들 하나하나까지가 사실 이 프로그램의 열쇠이자 진실로 우리들을 강하게 성장시키는 것들이니 괜찮다. 여러분들이 행여 그런 경험을 했더라도 괜찮다. 자연스러운 것들이니 여러분들의 잘못이나 부족함이라 여겨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초반에 고민하고 있을 상당수의 것들이 사실 다른 교환학생들이 똑같이 고민하는 것이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아지고 사라지고 해결될 것이라는 점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청가정 가족들과 플로리다주 여행시 방문한 디즈니월드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미국은 정말 시골이라는 점, 웬만하면 시골로 파견되니 도시 생활에 대한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다. 처음 시골에 오면 ‘이 드넓은 자연 속에 나는 문명과의 접촉 없이 이렇게 폐쇄되어있구나!’하는 맥 빠지는 공허함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공허함에 대비해 새로운 취미를 계발하거나 가끔은 호스트 가정분들, 친구들에게 주말엔 나가서 노는 것을 제안해보는 것도 좋겠다. 둘째, 타지 생활은 독립성보단 의존성을 더 요구한다는 점. 맨 처음엔 교실의 위치부터 수업, 단어 뜻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이기 때문에 열심히, 꾸준히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구하고 의존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그 스킬이 곧 생존 스킬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게 있을 때,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때 가족분들의 도움 없이는 내 힘으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본인은 한국에서부터 혼자서 해결하길 선호하는 독립적 성향이라 초반에 남들에게 계속 말을 걸고 도움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용기 내서 말을 건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하게 응해줄 것이니 걱정 말고 철판 깔고 일단 말을 걸자!
내 교환학생 생활엔 희(喜)·노(怒)·애(哀)·락(樂)이 적절하게 다 섞여 있었다. 좋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은 순간들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더 삶 같았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한 내 결정엔 일말의 후회가 없다. 이 글을 읽을 차기 교환학생 여러분들의 선택과 결정을 응원하고 미국에서 잘 해내리라 믿는다. 건투를 빈다!